해설:
바울은 자신을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1절) 사람으로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사도직이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왔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어구를 꺽음쇠 괄호로 묶은 이유는 후대에 첨가되었을 가능성 때문이다.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성도들”에게 이 편지를 쓴다. “성도”는 사도가 믿는 이들을 부를 때 “형제들”과 함께 가장 애용한 표현이다. 믿는 이들은 여전히 죄를 범할 수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성도라는 신분을 부여 받았다.
사도는 이방인과 유대인을 모두 아울 수 있는 독특한 인사법을 고안했다(2절). “은혜”은 그리스-로마인들의 인사말이었고 “평화”는 유대인들의 인사말이었다. 또한 사도는 “우리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이라는 말을 덧붙여 세속적인 인사를 신앙적 인사로 만들었다.
3절부터 14절은 원문에서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그는 갈라디아서를 제외한 모든 편지에서 몸말을 시작하기 전에 수신자들에 대한 감사와 기도를 먼저 올린다. 에베소서에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찬양의 글로 대신한다. 이 편지가 어느 한 교회에 보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3절은 “찬양합시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찬양의 대상은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셨기 때문이다. 사도는 이 복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신령한”이라는 세 단어로 설명한다. “신령한”은 “영적인”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사도가 말하는 복은 세상에 속한 물질적인 복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영적인 복이다. 그 복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받고 누릴 수 있다.
이어서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하늘에 속한, 영적인 복”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
첫째,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여”(4절) 주셨다. “세상 창조 전”이라는 말은 일차원 시간 안에 갇힌 인간 편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의 현재와 과거와 미래는 영원 안에 계신 하나님에게는 언제나 현재다. 따라서 “세상 창조 전”이라는 말은 그 선택이 하나님의 초월적인 섭리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신 목적은 우리를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사람이 되게” 하시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은 그분의 “사랑에서” 나왔다. 그렇게 하는 것을 “기뻐하셨다”는 뜻이다(5절). 그래서 하나님은 “사랑하시는 아들”(6절)을 통해 그분의 자녀로 회복되는 길을 여셨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선택은 각 개인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구원하려는 선택이다.
둘째, 하나님은 “사랑하는 아들”을 믿는 이들에게 구속 즉 죄 용서의 은혜를 주신다(7절). 그것이 지금 바울과 신도들이 누리고 있는 구원이다. 복음을 듣고 믿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지혜와 총명을 넘치게 주셔서”(8절)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담긴 “하나님의 신비한 뜻”(9절)을 깨닫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궁극적인 목적은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시키는 것”(10절)이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온 우주와 모든 생명까지 포함한다.
셋째, 하나님은 믿는 이들을 상속자로 삼으셨다(11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단지 죄 사함 받고 의롭다 함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상속받는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당연히 하나님에게 속한 것을 상속 받게 된다. 그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에 의해 정해진 일이며, 그것을 알게 되면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게 된다(12절).
넷째, 하나님은 믿는 이들에게 “성령의 날인”(13절)을 허락하셨다. “날인” 혹은 “인치심”은 어떤 문서를 봉인하고 자신에게 속해 있음을 표시해 두는 것을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하나님은 성령을 선물로 보내 주시는데, 성령의 임재는 하나님의 소유가 되었다는 인증이다. 성령은 믿는 이들에게 “상속의 담보”(14절)가 된다. “담보”로 번역된 헬라어 ‘아라본’은 선금으로 번역할 수 있다. 선금은 기한이 차면 전액을 지불할 것에 대한 보증이다. 믿는 이들에게 주어진 성령은 하나님 나라에서 받게 될 영원한 유산에 대한 선금인 셈이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완전히 구원 받을 때까지” 영원한 생명을 소망하며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도록 도우신다.
묵상:
신약성경 전체 안에서 가장 난해한 문장, 그렇기 때문이 가장 심오한 문장을 읽었습니다. 이 한 문장에 대해 만족스럽게 설명하려면 두꺼운 책 한 권도 모자랄 것입니다. 이 문장으로 사도는 자신이 그동안 체험하고 깨달아 온 구원의 진리(“하나님의 신비한 뜻”, 9절)를 최대한 응축시켜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연구하여 깨달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든 지혜와 총명을 넘치게 주셔서”(8절) 깨달은 것입니다. 그것은 영원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께서 선택하시고 예정하시고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통해 행하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이 그 은혜를 입은 사람 편에서는 그 신비와 비밀을 다 알 수가 없습니다. 다 알 수 없는 신비를 인간의 언어로 담아 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언어도단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그 놀라운 구원을 다른 사람도 경험하게 하려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도는 자신이 전하려는 복음의 진리를 생각하면서 “찬양합시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제 말로 설명하려는 구원의 진리를 생각하니,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찬양을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사도는 “찬미하게 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합니다(6절, 12절, 14절).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구원의 은혜를 생각할수록 찬양과 감사가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3절부터 14절까지에서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혹은 “그분 안에서”라는 어구를 11회나 반복합니다. ‘엔 크리스토’(그리스도 안에서)라는 어구는 바울이 애용한 표현입니다. 그의 편지 13편에서 164번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구원의 계획을 세우신 것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신 것이고, 그것을 이루신 것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신 일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듣고 믿은 것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고, 성령을 선물로 받은 것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온 우주와 모든 생명을 회복하실 것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깨닫고 그분 안에 들어가 그분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럴 때 성령께서 임하셔서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구원을 완성하실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것입니다.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피조물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시작하셨고 섭리하시고 완성하실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분의 은혜와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분께 감사하고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응답은 찬양이고 마지막에 할 말도 찬양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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