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바울은 먼저 당시의 편지 양식에 따라 발신자와 수신자를 밝힌다(1-2절). 다른 편지에서는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했는데 이 편지에서는 “사람들이 시켜서 사도가 된 것도 아니요, 사람이 맡겨서 사도가 된 것도 아니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고 그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임명하심으로써 사도가 된 나 바울”(1절)이라고 길게 소개한다. 당시 갈라디아 교인들이 사도로서의 그의 권위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이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가 옅보인다. 유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바울의 사도적 권위를 깎아 내리면서 “다른 복음”을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는 자신과 함께 있었던 믿음의 식구들의 안부를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전하고(2절) 축복의 기도를 전한다(3절). “은혜”는 그리스-로마인들이 인사할 때 사용하는 단어였고, “평화”(샬롬)는 유대인들의 인사법이었다. 바울은 자신의 편지를 읽는 사람들 중에 이방인과 유대인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두 인사법을 결합시키고 “우리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이라는 말을 덧인니다. 은혜와 평화의 궁극적인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독자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사도는 인사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복음을 요약한다. 4절은 최소한의 단어로 표현된 복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사도는 복음의 세 가지 핵심 내용을 밝힌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바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분은 십자가에서 우리 대신에 우리 죄에 대한 형벌을 받으셨다. 그로 인해 우리는 과거의 죄로부터 해방되었다. 둘째, 그것은 또한 “우리를 이 악한 세대에서 건져주기” 위한 것이다. 구원은 과거의 죄에 대한 형벌로부터 면제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서 거룩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예수께서는 이 모든 일들은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행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를 죄로 인한 저주와 불행으로부터 건지시려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십자가를 지신 것이다.
이어서 사도는 하나님께 송영의 기도를 올리며 인사말을 끝낸다(5절).
묵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요소는 죄가 무엇이며 그것이 하나님의 피조 세계에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단수 명사로서의 “죄”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떠난 실존 상태를 가리킵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살든 죽든 하나님 안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죄는 하나님 안에 살면서도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실존 상태에서 인간이 행하는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이 “죄들”입니다.
죄는 한 개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한 개인의 죄는 인류 전체의 죄와 연결되어 있고, 한 개인의 운명은 인류 전체의 운명과 얽혀 있습니다. 한 개인의 죄는 인류 전체의 죄의 일부이며, 인류의 죄는 하나님의 피조 세계를 망가뜨렸습니다. 한 개인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류 전체의 죄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율법과 도덕으로는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십자가에서의 대속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택하신 이유입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인류의 모든 죄에 대한 형벌을 대신 담당하시고 죽으셨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신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말은 그분이 대신 담당하신 죄에 나의 죄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정할 때 과거의 죄에 대해 용서를 받습니다.
또한 예수를 믿는다는 말은 더 이상 죄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삶을 살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성령을 통해 지금 믿는 이들과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믿는 사람은 “죄 없는 삶”을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죄의 힘에 속절없이 넘어지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거룩한 삶으로 성장해 간다는 뜻입니다. 그 거룩한 여정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보고 듣고 맛보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죄가 인류의 죄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한 개인의 회심과 성화는 인류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거룩한 삶에 대한 나 개인의 노력은 인류가 당하고 있는 불행에 대해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헌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왜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는지 수긍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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