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때 시간적 간격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일생 중에 단지 몇 가지 사건만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수 년 혹은 수십 년의 시간차가 있습니다. 13장과 14장 사이가 그 예입니다. 14장에 기록된 사건은 아브람이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땅에 정착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큰 세력으로 성장했을 때의 일입니다. 소돔 가까이에서 살던 롯(13:12)은 그 사이에 소돔 성 안으로 이주하여 정착에 성공합니다.
저자는 아브람이 전쟁에 개입하게 된 경위를 설명합니다(1-7절). 당시에는 대다수의 나라들이 부족 국가 정도의 규모였을 것입니다. “왕”이라는 말은 부족 국가의 수장인 호족을 가리킵니다. 다섯 나라의 연합군이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자 소돔 왕과 고모라 왕은 다른 왕들과 연합하여 대항합니다만 무력하게 패하고 맙니다(8-10절). 그들은 소돔과 고모라를 약탈하고 주민들을 잡아갑니다(11절). 소돔 시민으로 살고 있던 롯도 전쟁 포로가 되고 재산도 모두 빼앗기고 맙니다(12절).
그 소식이 아브람에게 전했졌고, 그는 조카를 구하기 위해 318명의 사병을 데리고 추적하여 조카 롯을 구하고 재산까지 되찾아 옵니다. 그뿐 아니라 잡혀 간 다른 포로들까지 되찾아 옵니다(13-16절).
아브람이 롯과 다른 포로들을 데리고 돌아오자 소돔 왕이 그를 환영합니다(17절). 그 때 살렘 왕 멜기세덱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18절) 그를 맞습니다. 그는 “가장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고 소개 되어 있습니다. 멜기세덱은 아브람을 축복해 주고 아브람은 가지고 있던 모든 소유에서 열에 하나를 멜기세덱에게 줍니다(19-20절). 소돔 왕은 아브람에게, 포로들은 자신에게 돌려주고 전리품을 가지라고 제안합니다(21절). 그러자 아브람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실오라기 하나도 가지지 않겠노라고 선언합니다. 자신이 전쟁에 참여한 것은 물질에 탐이 나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준 것입니다. 다만, 전쟁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몫만은 기억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묵상:
멜기세덱은 신비에 싸인 인물입니다. 제사장 제도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최초의 제사장은 아론인데, 멜기세덱은 그보다 적어도 몇백 년 앞선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그를 제사장으로 세울만한 종교적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멜기세덱은 ‘자칭’ 제사장이었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직접적으로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제사장인 것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에 따라 정할 일입니다. 아브람은 그가 진짜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축복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소유의 십분의 일을 주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거인의 만남을 봅니다. 진짜가 진짜를 알아 보는 법입니다. 아브람은 지금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얼마든지 기고만장할 수 있는 시점에서 그는 멜기세덱의 영적 권위를 알아 보고 그 앞에 고개 숙입니다. 그것이 아브람의 위대함의 또 다른 면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멜기세덱이 ‘원형 제사장’이고 예수님은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임명받은 영원한 제사장”(5:6, 10; 6:20; 7:11,17)이라고 말합니다. 모세의 율법에 의하면, 유다 지파 자손인 예수님은 제사장이 될 수 없습니다. 제사장직은 레위 지파 중에서도 아론의 후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히브리서 저자는 예수님이 영원하고 완전한 제사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제사장이 레위 지파의 후손에서 나올 수는 없습니다. 멜기세덱이 혈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권위로 제사장이 된 것처럼, 예수님도 혈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권적인 권위로 영원한 제사장으로 세움 받으셨습니다.
영원하고 완전한 대제사장으로서 예수님은 인간의 손으로 짓지 않은 성소에서 당신 자신의 피로써 단 번에, 영원하고 완전한 제사를 드리셨습니다(히 7-10장). 그 제사의 효력은 영원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의 손으로 지은 성소에서 짐승의 피로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에게 그 제사의 효력은 항상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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