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3장 1-2절: 중심을 보는 눈

해설:

예수께서는 성전 뜰에서의 논쟁과 대화와 가르침을 마치고 날이 저물어 가자 “성전을 떠나”(1절) 가십니다. 그 이후로 예수님은 더 이상 성전에 가시지 않으십니다. 성경을 아는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에스겔이 본 환상을 기억할 것입니다(겔 10:18-19). 그는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영이 성전을 떠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얼마 후에 성전은 느부갓네살에 의해 파괴 당합니다. 마가는 이 구절을 쓸 때 오백 년 전에 일어났던 그 사건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버리셨던 것처럼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성전 종교의 내부를 꿰뚫어 보시고 심판 당할 것을 생각하고 계셨는데, 제자들은 성전 건물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헤롯 대왕은 이두매(에돔)이었음에도 로마 황제의 임명을 받아 유다의 왕이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헤롯 대왕의 왕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헤롯 대왕은 유대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주전 20년에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시작하여 성전을 보수했습니다. 솔로몬 왕이 지은 성전은 느부갓네살에 의해 파괴되었고, 약 칠십 여 년 후에 바빌로니아로부터 귀환한 포로들에 의해 재건되었습니다. 그것을 ‘제 2 성전’이라고 부르는데, 당시의 경제적 형편 때문에 재건된 성전은 매우 허술하고 초라했습니다. 

원래 성전은 미식 축구 경기장의 절반 정도 크기였는데, 헤롯은 건물의 규모를 크게 늘리고 로마로부터 고급 대리석을 수입하여 웅장하고 화려하게 개축했습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서편으로 해가 질 즈음이면 비스듬히 비친 태양빛으로 인해 성전 건물이 거대한 금덩어리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날이 저물어 가는 즈음이었으니, 제자들이 그 모습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절). 한껏 부풀어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머쓱해졌을 것입니다. 

묵상: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에 의해 제사장의 나라로 선택되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세 가지를 통해 확증된다고 믿었습니다. 율법, 가나안 땅 그리고 성전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에게 주권을 상실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가나안 땅에 살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땅을 잃어 버린 셈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는 율법과 성전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로마 제국은 성전에 대한 자치권을 유대인들에게 인정해 주었고, 로마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들의 율법을 따라 살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떠받치고 있던 두 개의 기둥(율법과 성전)을 공격하셨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율법의 주인이라고 하시면서 율법을 대신할 새로운 계시의 말씀을 주십니다. 그분은 또한 성전 제사의 효력이 끝났다는 사실을 가르치셨고, 한술 더 떠서 성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하셨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택이 끝났다는 의미였습니다. 성전 권력자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망발이었습니다. 그들로서는 예수를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성큼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에 대해 아무 관심 없이 성전의 위용에 압도되어 감탄을 마지 않던 제자들을 생각합니다. 믿는다는 말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사와 인간사를 보는 것인데, 제자들은 여전히 인간적인 눈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제자들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붙들려 일희일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언제쯤이면 외적인 모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중심을 보고 살아가게 될지, 주님의 은총을 구할 뿐입니다.  


Comments

3 responses to “마가복음 13장 1-2절: 중심을 보는 눈”

  1. 영적의 시력을 원합니다, 특별히 주님의 얼굴과 영광을 보기 원합니다.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믿음의 가족들에게 치유의 손길로 안수 하시기를 간구합니다. 겉 모양을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시는 주님! 위선의 마음을 경건한 마음으로 대형 교회를 꿈꾸는 교회들이 사랑과 은혜로 섬기는 교회로 부조리가 가득한 나라가 정의와 공의가 충만한 나라가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Like

  2. gachi049 Avatar
    gachi049

    아무리 높고 화려한 건물, 치장하고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참되고 진실한 것처럼 꾸미고 살지만 하나님의 입김으로 한순간에 사라지고 지워져 본색이 들어나는 교회와 교인들을 생각해봅니다. 하나님 아버지! 점점 악해져가는 세상에서 것 모습만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은자가 되지 않도록 영적 분별력을 주셔서 천사를 가장한 마귀에게 미혹되지 않게 하옵소서. 아멘.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Like

  3.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개신교 신도들의 성전에 대한 집착과 의미 부여는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코비드를 팬데믹으로 선언하던 4년 전에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교회를 성전이라고 부르는 습관은 ‘성전 건축 헌금’ 같은 말을 쓰면서 널리 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일 기도 중에도 ‘주의 날을 맞아 성전에 모여 예배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에 매우 익숙합니다.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대로 따라 산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목사님들 가운데 자신은 제사장이어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오늘 본문을 읽는데 마음이 참 쓸쓸해집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성전에서 나와 길을 떠납니다. 나도 거기에 있는 것처럼 상상해 봅니다. 성전을 등 뒤에 두고 걷다 잠시 돌아보니 해질 무렵이라 그런지 성전이 황금빛으로 빛납니다. 더 크게 보입니다. 다시 못 볼 것이라는 암시라도 주는 듯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마음은 왠지 쓸쓸하고 슬프기만 합니다. 성전 안에서 일어난 일들 – 장사하는 테이블을 뒤엎은 일, 계속되는 질문, 토론, 동의보다 반대가 많던 의견교환..등으로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일까요. 예수님께 적대적인 사람들의 눈초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예수님도 이번에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말씀에 뼈가 있는 것도 같고, 시간도 많이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성전이 참 아름답다고 외치니 예수님은 돌아 보시지도 않으며 답을 하십니다. 완전히 무너질거다…돌 하나도 남지 않고…가슴이 철렁합니다. 성전이 무너질거라는 예수님의 음성에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4년 전 이맘 때 TV를 켜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무너지는 도시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기도 하고, 식품과 생활 필수품을 사려고 가게에 몰려드는 인파도 보았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니 어쩌다 나가면 길은 텅 비고 상점들은 문을 닫아 유령도시라도 된 듯 느껴졌습니다. 코비드를 겪는 중에 우리의 도시들은 지진과 산불에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2년 전에는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이 파괴되는 것을 보았고, 5개월 전에는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성전이 무너질 것이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성전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을 봅니다. 아직도 더 무너져야 할까요. 우리의 마음은 더 쓸쓸하고 더 아프고 더 찢어져야 할까요…성전을 회복할 것이 아니라 주를 향한 마음과 이웃을 향한 마음이 회복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내 마음이 아픈 것은 예루살렘 성전 때문이 아닙니다. 위선과 욕심, 분노와 절망이 마음을 점령하고 있어서 아픕니다. 주님, 내 마음을 고쳐 주세요. 마음을 다시 지어 주세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Like

Leave a comment